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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좌절을 딛고 다시 우뚝 일어선 춘천마라톤

#춘천마라톤Full완주

링커
201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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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좌절을 딛고 다시 우뚝 일어선 춘천마라톤

마라톤에 입문해서 첫 풀코스를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기록으로 골인한 후 두 번째 출전한 대회가 2012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대회였다. 한 여름의 부족한 연습량이 내심 불안했지만 첫 풀코스 완주의 오만함이 생겼는지 도전하게 되었다. 게다가 더욱 욕심을 부러 개인 신기록을 세우겠다고 4시간 페이스메이커분을 25km까지 열심히 따라가다가 결국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28km 지점 춘천댐을 지나자면서 도저히 뛸 수가 없어 멈추고 말았다. 오른쪽 다리를 스트레칭하면서 걷기 시작했는데 근처에 있던 회수차량에 보자 오기가 생겨 천천히라도 뛰어서 골인하자는 생각으로 겨우겨우 골인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욕심으로 인한 오버페이스로 첫 풀코스 대회 때보다 8분이나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그때가 지금까지 10년 넘게 마라톤 대회를 참가해오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걸었던 대회였던 것 같다. 물론 연습 과정에서는 목표했던 시간이나 페이스를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걸어서 끝내는 경우는 많았지만 실전 대회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이 춘천마라톤 대회가 처음이었다.

2012년 대회의 아픔으로 가을의 전설이라 불리는 이 대회에는 일부러 회피하곤 했다. 유난히 더위에 약한 나에게 가을 대회를 준비하는 게 너무 힘들었기에 대회 출전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대회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어 둘러보다가 ‘명예의 전당’이란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항상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입상이라는 곳은 나에게 너무 먼 곳으로 느껴졌고, Sub-3 란 마라토너들의 꿈의 기록을 달성하기에도 한참 부족한 실력이었는데 마라톤의 기본인 끈기만 있다면 기록에 상관없이 10번의 출전으로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수 있다는 하나의 희망이 생겼다. 사실 2018년에 출전했던 마라톤 풀코스 대회에서 Sub-4에 실패하면서 낙담하면서 슬럼프에 빠져드는 기분으로 보내고 있었기에 다시 내가 좋아하는 마라톤에 대한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뻤다.

그래서 봄에 열리는 풀코스 대회 참가 이후 휴식기를 보내던 습관을 과감히 접고 5월부터 ‘가을의 전설’을 준했다. 특히 봄 대회 이후 빈혈 증상으로 연습 때 느껴졌던 호흡곤란도 철분제를 복용하면서 준비를 시작했다.
주 중에는 직장에 매인 몸이기에 회사가 끝나면 헬스장에서 실내 자전거와 근력 훈련을 하기도 하고, 아버지로서 아이들 학원에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중간에 근처 공원으로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고 가서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인터벌 훈련을 끝나고 다시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7월 들어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여름에는 주말마다 해오던 장거리 연습을 시작하면서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 그 열기 속에서 어떻게 뛰어다녔는지 지금 생각해도 나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더운 날씨이기에 이번에는 거리가 아닌 시간 기준으로 주말마다 LSD 훈련에 임했는데 시간을 채우기 위해 땀 뻘뻘 흘리고 체력이 고갈되더라도 끝까지 버티고 이겨냈다.
이렇게 한 주 한 주 훈련을 하면서 빈혈 증세로 힘들었던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장거리 시간도 2시간 30분까지 늘릴 수 있게 되었다. 30대 초반에 시작한 마라톤이 40대가 넘어가면서 근력 훈련의 중요성을 점점 더 많이 느끼게 되었기에 주중 1회 이상 어떻게든 헬스장에서 근력훈련을 하려도 노력했다.
옆에서 가르쳐주거나 같이 운동하는 사람 없이 혼자 근력 훈련을 하다 보니 기본적인 훈련만 하게 되어 예전 30대의 근력으로 돌아가진 않았지만 장거리 훈련 후 근력의 피로가 한결 줄어들게 된 것이 훈련하는 내내 마음의 안정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10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대회 출전에 앞서 다른 대회에 미리 나가 그동안의 연습 결과를 미리 체크하고 싶었으나,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나 스스로 게을리하지 않았던 5개월의 훈련을  믿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대회 날 일주일부터 계속 기상예보를 검색해서 확인해 보니 날씨가 생각보다 많이 추워지고 비가 온다는 예보까지 들리니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비를 맞으며 춘천으로 향했고 비를 맞으며 출발선에 섰다.
싱글렛과 반바지만 입고 출발선에 서니 영상 4도의 빗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자니 손도 차갑고 제자리걸음만 열심히 하게 되었다.
그리고 출발 신호와 함께 항상 풀코스 대회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마음속으로 ‘ 그래, 오늘도 한번 해보는 거야’ 다짐하면서 출발한다.
5년 만에 출전한 대회라 인터넷 영상으로 코스를 사전답사했지만 실제로는 익숙하지 않았다. 낯설었지만 안개와 가을 단풍의 절정으로 달리는 주로는 ‘가을의 전설’이라고 불릴만했다. 초반 5km까지는 두 번의 언덕을 만나면서 무리하지 않고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천천히 달린다는 마음으로 달렸다.
그리고 빙상장입구를 지나면서부터 의암호수를 바라보며 평지 구간을 열심히 달린다.
2012년 아픔을 주었던 25km~32km 구간만 생각하면서 그때까지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고자 했던 것 같다. 특히 주로에서 만났던 삼악산 입구는 두 번이나 이곳에서 등산을 시작했던 곳이기에 익숙한 곳이라 좋았고, TV에서만 보던 ‘애니메이션 박물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평지 구간에서 의암호를 바라다보며 달리다 피로감이 몰려오는 듯 느껴질 때 반환점인 ‘신매대교’에 만난다. 5km 구간마다 보았던 계측기의 시간을 확인하면서 뛰었는데 5km 구간 페이스가 27분에서 시작해서 점점 줄어들어 20km 구간에서는 26분으로 통과하게 되었다.
내심 마음속으로 이번에도 오버페이스로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던 터에 신매대교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니 피곤감이 온 듯한데, 막상 신매대교에 올라 응원단의 열띤 목소리가 들리면서 갑자기 흥분되고 힘이 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는 다시 Sub-4를 넘어서 개인 신기록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오버페이스로 인해 주력이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뛴다. 여러 번의 풀코스 대회에서 느낀 점이지만 주로에서의 들리는 응원소리에 힘이 많이 난다.
분명 나만을 위해 응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지만 그 목소리만으로 만으로도 힘이 솟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25km 지점도 주력이 떨어지지 않고 통과하면서 스포츠젤을 집어 든다.
평소 스포츠젤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유는 스포츠젤처럼 어떤 도움을 받아 가며 풀코스를 완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그동안의 30km 이후의 페이스 저하로 인해 고생했던 기억과 오늘의 예상외의 좋은 기록 상태로 막판 힘들어질 것 같아 스포츠젤을 먹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앞사람이 떨어트린 스포츠젤을 하나 더 집어 들고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27km 구간을 넘어서면서 춘천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전 홈페이지에 ‘코스 답사 및 전략’에서 숙지했던 점을 기억으로 스피드를 내기보단 총총걸음으로 보폭을 조금 줄이지만 보폭수를 늘린다는 생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춘천댐을 넘어가고 다시 두 번 정도의 언덕 코스를 지나 마의 구간을 지나갔다. 30km 지점을 지나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스포츠젤을 과연 어느 지점에서 먹을까 고민해본다. 막판 체력을 방지하기 위해 망설이다가 30km 지점에서 다시 이온음료와 함께 먹고 출발한다.
이제 12km 남았고 다행히 체력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5km 구간 기록도 27분대를 유지하고 있어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열심히 달린다.
내리막길이 나오면 중력에 의지해 몸을 앞으로 최대한 기울이며 자연스레 달리려고 노력했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손바닥도 마주치며 힘을 내려고 했다.
35km을 지나면서 시간 계측기에 나온 시간을 내가 출발했던 시간과 비교해 계산해 보니 지금의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분명 3시간 50분 이내의 40분대 기록으로 개인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좀 더 힘을 내면서 계속 ‘ 난 할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절대 퍼지지 말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40km 지점으로 지나면서 대회 코스에 응원 나온 춘천시민과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의 응원 목소리를 들으면 뛰기 시작한다.
마지막 2km 구간이 매번 힘들어 겨우겨우 뛰어 들어오곤 했는데, 이번엔 강인한 정신으로 잘 버틴 것 같다. 마지막 1km 구간이 보이면서 어디서 힘이 나는지 50분 안으로 들어오겠다고 100m 질주를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골인 지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정말 100m를 달리는 속도로 뛰어 들어왔다. 충실한 연습과 막판 정신력의 승리였다.

골인 지점의 시계를 보면서 3시간 50분 언저리라 생각되어 정말 열심히 뛴 것 같다. 그리고 골인 후 시계를 보고 이번엔 정말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울컥해졌다. 울컥해하며 대회 주최 측이 제공하는 이온 음료를 연거푸 4잔을 마시고 비를 맞으며 물품보관소로 직행해 짐을 찾았다. 어서 빨리 기록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품보관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뒤에 계시던 60대 후반의 남자분이 ‘오늘은 비가 와서 달리는 데 더 좋았던 것 같네요’하는 인사말에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그리고 가방 속에 있던 휴대폰 속 문자를 확인한 결과 정말 개인 신기록 3시간 49분 01초를 확인할 수 있었다. Sub-4를 기록한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5분을 단축하기가 이렇게 힘들까 싶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깟 5분이라고 말하겠지만 그 5분을 위해 10km마다 1분씩 단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뛰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대회를 끝내고 일주일 동안 마음껏 먹으며 운동 없이 보낸 후 마라톤 후기를 쓴다.

마라톤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그때가 떠오르면서 갑자기 울컥해진다.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렇게 울컥할까? 엘리트 선수처럼 순위를 다투는 것도 아니고,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것도 아닌데. 마라톤이 좋아 달리는 마스터스의 한 사람으로 완주라는 목표에 더불어 욕심이 생기는 자신의 기록 경신. 마스터스 마라토너에게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연습하고 좌절하고 하는 그런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제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 위한 두 번의 발걸음을 내디디었다. 아직 같이 뛰는 동반자는 없지만, 나머지 8번의 기회 중 옆에서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을 수도 있고, 골인 지점에서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하며 뛸 수도 있으며, 누군가의 풀코스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마라톤 인생에 어떤 드라마틱 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다시 한번 마라톤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달릴 수 있게 해준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대회에 감사하며 매년 ‘가을의 전설’을 만나기 희망해본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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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꼴청년 댓글:

무언가에 의미를 두고 이뤄가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울컥했다는 부분에서 저도 호흡을 다잡으며 다시 마음가짐을 정리해봅니다. 달리는 발길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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